어느 날 사수가 찾아왔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사수, 부사수라는 용어가 굉장히 익숙할 것이다. 정작 나는 해군 나와서 사수, 부사수라는 단어가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런 단어가 회사에서도 쓰이는데 나와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상사가 사수 그리고 나는 부사수가 되는 것이다.
어느 날, 나를 담당할 사수가 찾아왔다. 그 사수의 직책은 차장이었으며 회사에 정말 몇 없는 리눅스 + C 개발자였다. C/C++ 개발자가 귀하다고는 하는데 지금이야 나도 그 C/C++ 개발자라 정말 귀한건지는 체감이 잘 되지는 않으니 Java 개발자에 비해서는 귀하다고 하기는 하더라. 물론 귀하다는게 별로 좋은 의미는 아니지만 말이다.
중소 SI회사가 그 귀하다는 C/C++ 개발자를 넘치게 보유할리는 없었고 딱 필요한 만큼만 있었던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C/C++ 개발자가 필요하다 생각해서 일단 신입 뽑고 키우자라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그리고 내가 그 키움의 대상으로 당첨이 된거였고
이 차장님은 지금도 절대 잊을수가 없는 사람이다. 내 인생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사람이니 말이다
정말 체계적이었던 사수의 교육
사수라는 일이 사실 그렇게 쉬운것만은 아니다. 당시는 몰랐지만 부사수 교육도 시켜야 하고 지시도 내리고 진행상황도 체크하면서 본인 일까지 해야 하니 솔직히 짐덩이 하나 떠안은거나 다름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도 정말 기억에 남는 사수인데 이 분의 교육이 생각보다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내가 리눅스와 C언어를 하지 않은것을 대충 눈치 채고 지금 당장 생각나는대로 만들어 볼수 있는 것을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 오늘 퇴근하기 전까지 제출하라고 말이다.
그런데 참 부끄럽게도 고작 만든것은 계산기였다. 그렇다. return a+b, a-b, a*b, a/b 하는 그거 말이다. 무슨 1학년 신입생들이 C언어 수업 듣자마자 만들것 같은걸 만들어서 해냈다고 제출했다.
사수의 표정을 잊지 못하는데 잠시 당황한것 같았다. 사수는 아마 테스트를 통해 내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파악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실력이 낮으니 당황했었을것이다.
그 뒤로 사수의 교육이 시작됐다. 내 사수는 주로 이전에 했던 프로젝트의 소스코드를 보여주고 소스코드를 분석해보라고 했고 그 다음 소스코드를 분석완료 하면 소스코드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한 다음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지적하고 대체적으로 파악했다 싶으면 추가 기능을 간단하게 구현하게 하는 식으로 교육을 시켰다. 모르는 것이 있어 물어보면 바로 대답을 해주고 중간중간 테스트도 진행하면서 진행상황도 물어보는 등 본격적으로 나를 교육 시켰다.
약간의 실무적인 것과 이론적인 것을 섞어서 교육을 시켰는데 생각보다 나에게 효과가 좋았었다. 지금도 생각하지만 이 분을 만난것은 여러모로 행운이었다. 성격이 거칠어서 많이 혼났던것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를 계속 다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사람이었다
좋은 사수만 만나도 회사생활의 절반 이상은 성공이라고 봅니다
이건 본문을 벗어난 사견입니다. 지금도 드는 생각인데 나의 직속상사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이 중소 SI 회사를 다니게 된다면 그리고 연봉수준이 마음에 들지 않고 업무량이 많아 힘이 든다 하더라도 만약 당신의 사수에게서 배울것이 많다면 그리고 그 사수가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그 회사는 다닐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경력을 쌓고 이직을 결심하게 된다면 결국 개발자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것은 경력과 탄탄한 도메인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프로젝트를 함에 있어서도 사수는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회사를 다니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비록 중소 SI회사 다니면서 힘들어서 울고 싶은일도 많았지만 정말 좋은 사수를 만나서 내 몸값을 높일 수 있었고, 능력도 많이 향상시키는 등 뜻깊은 경험이었으며 이직을 할때 너무나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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