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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로 근속연수는 길었던 전 직장

 

 

내가 다녔던 중소기업은 임직원의 평균근속연수가 꽤나 높았던 중소기업이었다.

 

요즘 뉴스를 보게 되면 신입사원들이 중소기업은 커녕 대기업에 들어가서도 1년 이내에 퇴사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한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소식은 내가 중소SI 기업에 다녔을때는 남의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근속연수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이었다. 

 

10년 이상 다닌 사람들은 너무나 많아서 허다했고 평생을 이 회사에 몸을 바친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어쩌구 하던 뉴스가 남의 이야기 처럼 들렸다. 나 또한 이 회사에서 6년을 다녔다. 중소기업 근무 연차 치고는 굉장히 오래 다녔다. 개발자들은 보통 3년 정도 다녔으면 이직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다녔던 회사는 근속년수가 꽤나 높았다. 왜였을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 다녔던 회사가 의외로 연봉 자체는 그렇게 낮게 주지는 않았던 것이 하나의 요인으로 꼽을수 있을것 같다. 물론 연봉은 적다. 그런데 다른 중소기업과 비교했을때는 그래도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줬다. 그래서 더 절망스러웠다. 대체 대한민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은 얼마나 연봉을 짜게 주고 근로자를 쥐어짜나 싶었다. 

 

이 연봉을 받고 미래를 꿈꿔보면 미래가 별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혼자 살게 되면 꽤나 풍족하게 살수는 있었다. 중소기업 다니면서 한탄하던 한 글을 보았다. 중소기업이 무서운게 일단 살아는 진다라면서 한탄하던 글이었다. 연봉은 적지만 일단 주말에 소주 한잔하면서 어떻게 어떻게 살아는 진다라는 글을 봤는데 정확했다. 근데 그러한 연봉을 받았는데도 내가 다녔던 회사는 중소기업중에서도 상위 20% 안에 들 만큼 연봉을 괜찮게 주던 회사였다. 미치고 팔짝뛸 노릇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유독 미혼이었던 임직원들이 많았던것 같았다. 왜냐하면 혼자 살면 진짜 풍족하게는 살수는 있거든

 

두번째로 중소기업 특유의 끈끈한 정이 있었다. 사람수가 적다보니 웬만해서 모든 부서의 사람들과 다 교류할수 있었다. 중소기업은 대개 큰 규모가 아니면 30~100명 규모 정도 인데 이정도면 한 1년 다니다보면 웬만한 사원들과는 모두 교류하면서 술 한잔하고 형동생 할수있는 사이가 된다. 중소기업에서 '가족같은 분위기'를 많이 강조하면 인터넷에서는 '가 족같은 분위기'라고 많이들 까는데 진짜 이런 가족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그렇게 실제로 이뤄지던 중소기업들이 있었다. 거기에 화룡정점으로 동호회 활동까지 하면서 유대감까지 끌어올리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때문에 못 그만둔다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나 또한 6년을 다녔던것은 돈이 풍족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좋아서 그만 못둘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많지는 않지만 적당하게 돈은 주는 회사, 사원들이 술 한잔 기울이면서 형동생 할 수있는 회사 이런 회사라면 1년안에 그만둘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소기업을 쉽게 그만두지 못했던 이유

 

인터넷에서는 중소기업에서 못 벗어나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못을 박는 말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어떻게 벗어나려고 노력을 많이 하지만 못벗어나는 케이스가 많다. 그래서 첫 회사를 어떻게든 대기업을 가기 위해서 나이가 30이 넘도록 대기업 신입에만 매달리는 현상은 이미 십수년전부터 나오던 현상이었다.

 

나 또한 대기업, 중견기업을 노렸지만 내가 가진 빈약한 능력을 깨닫고 중소기업에 입사를 했었다. 중소기업 다니면서 3년만 다니고 그만둬야지 하면서 했지만 6년을 넘게 다녔다. 그러한 이유는 아래와 같았다.

 

1. 혼자서 살기에는 충분히 주는 월급

 

2. 편리한 출퇴근 환경

 

3. 유대감을 강조하는 중소기업 분위기

 

4. 오래다니다보면 생기는 정착감

 

5. 내가 여기서 벗어나서 다른데를 가서 적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6. 적어도 잘리지는 않는다는 기대감

 

 

여기서 유독 컸던건 3번이었다. 내가 일을 하다 힘들면 귀신같이 사원들 끼리 술 한잔 해요 라는 벙이 열린다. 그럼 사원들끼리 술 한잔하면서 회포를 푼다. 같은 회사를 다니다보니 상사에 대해 미친듯이 욕을 하고 때로는 누군가는 힘들다고 운다 그럼 또 다같이 공감대가 형성되서 달래준다. 정말이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하게 끈끈한 유대감이 이렇게 형성이 된다.

 

그리고 중소기업은 체육대회, 워크샵 이런것을 굉장히 재밌게 연다. 만약 이것도 안되있는 회사라면 아마 높은 확률로 많이들 퇴사할것이다. 그런데 퇴사율이 낮은 중소기업이라면 이런걸 기가막히게 신경 쓴다. 체육대회 하고 술 한잔하면서 다같이 화이팅 하면서 술 한잔 한다. 워크샵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회사 단체로 가는 여행인데 여행가서도 놀고 술 한잔하고 그러면서 밤 늦게 진실어린 속마음도 털어놓고 그렇게 유대감은 더욱 끈끈해진다.

 

이렇게 까지 했는데도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어차피 뭘 해도 나갈 사람이다. 근데 사람은 정에 약하다. 그렇게 정에 약한 사람이 월급 받아보니 걍 적당하게 차 한대 뽑고 전세 살면서 충분히 살아지더라 싶으면 걍 눌러 앉는다. 오래 있다보니 이제 그냥 직원들이 진짜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아 보이는 현상도 발생한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그런걸 정말이지 기가막히게 잘하는 회사였다. 

 

그래서 벗어나기가 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내 성과를 인정해주지 않는 회사

 

돈 빼고 다 좋은 회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돈 관련해서 상당히 트러블이 많은 회사였다.

 

삼국지에서 유독 뒤통수치면서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신하들은 하나같이 이런말을 한다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 앉는다"

 

이 말은 나를 알아주는 주군을 골라 섬긴다 라는 뜻이다.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뭐하러 열심히 일을 하나 싶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맨땅에 헤딩을 하면서 온갖 외국 자료들을 뒤져가며 혼자서 만들어낸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걸 테스트 해서 완성해던 순간 나도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소리를 질렀다. 성취감 때문에 뇌가 녹아내릴 지경이었다. 내 개발 실력이 퀀텀점프를 했구나 하는 쾌감마저 느껴지던 때였다. 그 순간 만큼은 우리 부서는 환희와 축제의 현장이었고 드디어 이걸 개발 완료했다라는 사실에 모든 부서원들이 기뻐했었다.

 

그런데 그 기뻐했던 순간은 내가 연봉협상을 하던 순간 산산히 부서졌다. 생각보다 많이 오르지 않았던 연봉으로 인해 나는 내 성과를 어필하면서 이 난공불락같던 프로그램을 내가 스스로 개발하면서 라이센스 문제도 없이 자체개발을 해냈다. 이 성과를 반영해서 이정도 연봉 상승이냐라고 물었을때 부서장이 딱 한마디 했다.

 

"그거 아직 팔아서 돈을 벌지 못했으니 성과가 없다"

 

기가막힐 따름이었다. 개발자는 프로젝트에서 요구하는 과업을 제때 달성할때 성과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걸 뒤에 파는 것은 영업직이나 임원들의 일이었지 내 일이 아니었다. 나는 회사의 과업을 받아 요구하는대로 개발을 완료했다.

그런데도 내 성과를 돈이 안되니 인정못해준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것이었다. 그럼 그걸 대체 왜 만들라고 했는가 이런 생각이 들고 나니 연봉협상에 대해 반항하려던 생각이 싹 들어가고 예 알겠습니다. 라는 한마디와 함께 연봉협상(연봉통보)를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박차나왔다. 

 

그때부터였던가 이직 의욕이 마구 샘솟기 시작했다

 

 

 

 내가 의지하던 수많은 동료들이 모두 떠났다

 

앞서 말했다시피 내가 이 회사를 6년이나 다녔던것은 돈 보다는 주변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 때문이었다고 말을 했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일부는 개소리 하고 자빠졌네 뭔 사람때문에 회사를 다녀 돈을 적게 주는데 네 능력이 없으니 걍 눌러앉았겠지 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일단 난 이직을 했으니 네 능력이 없다라는 말은 반박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부정할수는 없었다. 그 당시에는 진짜 내 능력이 측정이 안됐으니까 내 실력이 걍 이 회사에서 오래 다닐 수준 정도일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래서 한때 생각했었다. 내가 이 회사를 오래다녀서 차장, 부장을 달고 임원까지 달고 나면 나도 지금 저 부서장 처럼 살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깨지던건 내가 믿고 의지히던 수많은 동료들이 모두 떠났을 때였다.

 

 

내가 입사했을때 동기들이 있었다. 중소기업이다보니 동기 수는 적겠지만 일단 동기는 있었다. 각자 다른 부서에서 활동 했지만 술 한잔 할때면 같이 회사 욕을 하면서 상사 욕을 하면서 그렇게 지내던 동기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동기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3년차가 되니 한명이 떠나가고 그 뒤로 한명씩 연달아 떠나갔다. 어느 순간 정신 차리니 마지막 동기가 자기도 이직이 결정되서 떠난다고 말을 한뒤에 떠났다. 공허함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던가 극도의 우울감이 들었다. 동기들이 떠난것도 있지만 동기들은 다 저렇게 회사를 이직해서 몸값을 부풀리는데 나는 대체 뭐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진짜 이직 결심이 들었을때는 내가 정말 믿고 의지하던 사수가 떠났을 때였다. 이 사수 분은 내가 회사 다닐때 정말 스승님 이상으로 의지하던 좋은 사수였다. 아마 이상적인 상사가 있었다면 이 분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위의 사진은 미생의 상사지만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호방한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술을 먹을때는 그렇게도 거리낌이 없던 사람이었다. 술 사주기를 좋아하고 술 한잔 기울일때만큼은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아니라 형 동생과 같은 기분이 들정도로 격이 없던 분이었다. 한번은 내가 너무 많이 얻어먹었으니 술을 사줘야 겠다고 결제를 했는데 동생에게 얻어먹었다고 수치스러워 하던 분이었다. 그 정도로 장난 아닌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을 시킬때는 확실하게 일을 시키는 분이었다. 정말 무섭도록 일을 확실하게 시키던 분이었다. 이 분이 예전에 대기업에서 활동하다가 오신분이라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일을 시킬때 프로세스를 정말 칼같이 정확하게 분류해서 시키던 분이었다. 처음에는 그게 적응이 안됐지만 그 프로세스를 따르다 보니 프로젝트가 착착 진행되는게 느껴졌고 일이 잘 진행이 안되서 머리 아파할때는 귀신같이 찾아와서 현재 안되는 부분을 보고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코드리뷰를 하면서 물고기를 주기 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던 분이었다. 이 분과 같이 프로젝트를 했을때는 너무나 행복했다.

 

그런데 이 분마저도 이직을 한다고 떠났다. 솔직히 동기들이 떠나는것보다 몇십배는 더 큰 공허함이 찾아왔다. 그리고 새롭게 배정된 상사는 정말이지 끔찍할정도로 무능했다. 사실상 내가 PM을 하다시피 했다. 오죽하면 발주처의 직원이 상사는 거르고 나에게 전화해서 연락해서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우울감이 더 심하게 찾아왔다. 친구들은 네 성격이 요즘들어 공격적인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나도 인정했다. 그 정도로 회사를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돈을 적게 받아서가 아니라 내 성과를 인정 안해줘서가 아니라 웃기게도 영원히 같이 있을것 같은 사람이 떠나가니 찾아오는 스트레스가 훨씬 컸다.

 

 

 

 이젠 다 잡은 물고기다 라고 취급받던 때

 

동기도 떠나고 사수도 떠났다. 주변에 능력 있던 상사들은 모두 떠났다.

 

그러고 나니 회사가 유독 나를 다잡은 물고기로 취급한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도 폭언과 무리한 요구는 있었지만 그게 조금 더 심해진 느낌도 들었고 연봉 협상을 할때도 연봉을 어떻게든 안 올려주겠다라는 의지가 팍팍 들었다. 연봉 인상률은 점점 줄어 들었다.

 

나와 같이 있던 동기들은 모두 떠났는데 이 새끼는 그대로 남아있네? 도망갈 생각이 없나보다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참 웃기다. 난 그 순간까지도 미친듯이 이직을 알아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이직을 해야 겠다라고 했을때 

 

이직 시도는 2년차때부터 했었지만 그때는 아직까지 이직이라는 감도 안왔었고 내가 개발자로서 완숙해졌다라는 것도 느끼지 못했을 때였다. 그러다가 6년차가 되니 이직을 해야겠다라는 결심이 확실히 서게 되었고 이직 할 방법을 찾아봤다. 계기는 친구가 한 증권사에 지원을 해보라고 했을때였다. 본인이 아는 지인이 있는데 마침 네가 딱 어울리겠다 싶어서 추천을 했다라고 했었다. 결과는 면접도 못보고 떨어졌다. 내부자가 있어서 뽑았다라나 뭐라나

 

그런데 그 일 이후로 이직에 대한 확고한 결심이 서게됐다. 그런데 이직할 방법을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하지 싶었는데 눈에 들어온건 헤드헌터였다.

 

헤드헌터를 통해서 나는 최종적으로 이직을 했고 결론적으로 좋은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다음에 쓸 글은 헤드헌터에 관해서 써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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